프라이스원 블로그
호텔과 프라이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호텔 객실 가격은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뀝니다.
그럼 이렇게 복잡하게 바뀌는 가격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곤 합니다.
“예약은 알아서 잘 들어오던데, 가격은 PMS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까워요.
호텔의 가격 운영은 생각보다 훨씬 ‘사람의 손’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호텔 업계만의 고유한 판매 방식이 있어요.

가격은 ‘방 종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객실 요금’ 하면 스탠다드, 디럭스, 스위트처럼 객실의 등급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호텔에서는 단순히 방의 크기나 뷰만으로 가격을 나누지 않아요.
같은 스탠다드 룸이라도
월요일엔 88,000원, 토요일엔 143,000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텔은 DM 요금표(Day Matrix)라는 체계를 씁니다.
쉽게 말하면, 요일이나 시즌에 따라 미리 가격 조합을 만들어둔 요금표 세트예요.
호텔은 이 DM 요금표를 날짜별 상황에 따라 캘린더에 배정하며 요금을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DM1: 최저가 9만 원부터 시작 → 비수기 평일에 사용
DM5: 최저가 12만 원부터 시작 → 비수기 금요일에 사용
DM9: 최저가 17만 원부터 시작 → 비수기 토요일에 사용
DM10: 최저가 17만 5천 원부터 시작 → 비수기 토요일 중, 점유율이 높은 날에 사용
이런 식으로 요일별 가격 조합을 미리 만들어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호텔이 수십 개의 요금표를 운영하는 이유
예를 들어 DM1부터 DM16까지 기본 요금표 세트를 짜뒀다고 해볼게요.
여기까지는 ‘요일별, 수요별 가격 전략’을 반영한 구조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이 기본 세트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같은 날짜에 같은 객실을 판매하더라도
어떤 채널(네이버, 카카오, 제휴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지
조식 포함 여부나 패키지 구성이 어떤지
예약률이 급등하거나 이벤트가 있는 날인지 등 상황에 따라 가격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9월 16일에 호텔에서는 DM10 요금표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스탠다드 객실 기준으로,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120,000원짜리 룸을 판매하는 요금표죠.
그런데 같은 날, 같은 객실이라도
호텔스컴바인에서는 조식 포함 상품을 130,000원에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즉, 판매 채널과 구성 옵션이 달라지는 순간,
DM10이라는 하나의 요금표로는 두 조건을 모두 커버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호텔은 이럴 때 DM10-J 같은 파생 요금표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DM10: 룸온리 / 최저가 120,000원부터 시작 / 일반용
DM10-J: 조식 포함 / 최저가 130,000원부터 시작 / 호텔스컴바인
뿐만 아니라,
만약 9월 16일이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예약이 빨리 차고 있다면,
가격을 한 단계 더 올린 DM10-X (긴급 요금 인상 적용) 버전을 추가로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기본 요금표 16개에서 파생된 수많은 버전들이 생겨납니다.
한 호텔에서 실제 운영하는 DM 요금표가 수십 개가 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기본 요금표 + 판매 조건별 파생 요금표’를 조합한 복잡하고 유연한 요금 전략 체계가 필요해지는 겁니다.
복잡한 요금 구조, 아직도 수기로 관리됩니다
놀라운 건, 이렇게 복잡한 가격 구조를 대부분 사람이 엑셀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PMS, CMS나 OTA 관리자 페이지를 쓰고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자동으로 요금을 계산해주는 시스템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담당자가 요금표를 엑셀로 짜고,
요금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서
날짜별로 요금 세트의 가격을 하나씩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해요. 한땀 한땀, 손으로요.
CMS를 써도 일이 줄지 않는 이유는,
전략을 설계해주는 게 아니라 등록만 해주는 도구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 예측, 시점별 가격 최적화, 경쟁사 분석 같은 단어들이 멋져 보여도
실제로는 “내일 금요일인데 방 하나 남았어요, 가격 올릴까요?” 같은 질문이 슬랙으로 오고,
“15만 원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지시가 수작업으로 반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이 들어가야만 했던 이유
호텔의 가격 운영은 단순히 ‘변수 많은 엑셀 게임’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매출 목표, 경쟁 호텔의 가격, 마케팅 일정, 고객 리뷰 수 등
수많은 요인들이 섞여서 하나의 전략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자동화보다 사람의 직관과 판단이 중요하다고 여겨져 왔어요.
실제로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 움직이는 방식이 현장에서 자리 잡아왔고요.
하지만 이제는 질문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기로 정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은 건 아닐까?”
“변수는 많은데, 이걸 제대로 도와줄 도구는 왜 여전히 없을까?”
다음 편에서는, 이 복잡한 가격 전략을 엑셀 하나로 버텼던 실무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릴게요.
한 방의 가격을 바꾸는 데 필요한 5개의 시트와,
매일 1시간씩 붙잡히던 달력 등록 작업 이야기입니다.